장애인의 노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지난해 전체 장애인 가운데 일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중 절반은 100만 원도 받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증장애인 인턴제와 공공고용제 등 장애인 고용을 전 사회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증장애인 인턴제 및 공공고용제 도입 토론회가 지난 11일 늦은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증장애인노동권쟁취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아래 장애인노동권공대위) 등 4개 단체 주최로 열렸다.

중증장애인 인턴제는 장애인에게 단기간 취업 경험과 직무 교육을 받게 하는 제도며, 중증장애인 공공고용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한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고 국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고용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장애인 고용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중증장애인 인턴제와 공공고용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증장애인 인턴제, 올해 안으로 시범사업 시행해야

이날 토론자들은 장애인의 직업교육과 취업 경험을 쌓을 중증장애인 인턴제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150개소, 비영리 민간 기관 150개소에서 900명을 인턴 고용한다면 129억 6000만 원이 소요된다. 고용 효과를 높이면서도 예산은 많이 들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도 “고용노동부와 고용공단은 올해 안에 시범사업을 도입해 50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6개월 이상 시행했으면 한다”라면서 “2016년부터는 장애인단체, 시민단체, 장애인 복지관, 사회적 기업과 같이 비영리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인턴제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임정호 사무관은 “중증장애인 인턴제처럼 고용 확대 프로그램에 고용노동부도 공감한다. 특정 사업체뿐 아니라 모든 단체에서 장애인이 직무를 체험하며, 경험과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2015년에 중증장애인 인턴제가 시행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가가 노동권 보장해야”, 공공고용제 도입 촉구

또한 토론자들은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노동 약자의 노동권을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는 공공고용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언하는 김도현 조직실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도현 조직실장은 “헌법에서는 노동을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규정한다”라며 “어떤 것이 권리이자 의무가 되려면 공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예컨대 의무이자 권리인 교육은 국가가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데, 만약 교육이 사교육만 있다면 의무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조직실장은 “노동도 교육과 마찬가지로 공적으로 보장해 모든 사람이 노동의 의무와 권리를 수행하도록 공공시민노동체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라며 “중증장애인 공공고용제는 공공시민노동체제를 우선 가장 열악한 노동 약자인 중증장애인에게 시행해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조직실장은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라며 “이러한 방안은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노동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김 조직실장은 “중증장애인 인턴제도 공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라면 채용계획이 있는 게 당연하다”라며 “헌법에서 드러난 상식과 원칙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이 장기적 실업자가 되지 않도록 인턴제와 공공고용제를 연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최용기 소장도 “2015년에는 50여 명 규모로 중증장애인 공공고용제 시범사업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라며 “인턴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하려면 공공고용제를 확대해 중증장애인들이 지속해서 노동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임정호 사무관은 “공공고용제는 생소한 개념으로 정부 정책으로 검토하기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라며 “비영리 민간기관에 정부가 임금을 지원하는 게 필요한지, 유사사례가 있는지 여러 방면에서 검토하고 시행을 논의해야 할 것”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중증장애인 인턴제와 공공고용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여러 제도적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김재익 위원장은 △발달장애인 인턴제 고용 △고용분담금 활용한 장애인 고용 활성화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동반 고용 △ 장애인 노동자 의료급여 지원, 탈수급 장려 등 중증장애인 고용을 촉진할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네트워크 내일 장애인 행복포럼 정중규 대표는 “중증장애인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소득이 높지 않아, 장애수당·수급비를 받는 게 자신에게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많다”라면서 “이러한 제도적 맹점을 해결하려면 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최소 1년간은 수급자 자격을 유지해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장애인노동권공대위는 이후 고용공단 신임 이사장과 면담을 진행해 중증장애인 인턴제와 공공고용제 도입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장애인단체 회원들.

▲발언하는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임정호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