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작성일 : 14-05-02 11:08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 분노 터져 나온 노동절
 글쓴이 : 정광우
조회 : 1,091  
▲민주노총이 주최한 2014년 노동절대회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노동자 민중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일 늦은 2시 노동자, 장애인, 빈민 등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2014년 세계노동절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가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의 주최로 열린 올해 노동절대회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예년보다 차분하게 진행됐지만,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생명을 경시하고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한 정부에게 있음을 강하게 성토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의 자살, 고 송국현 씨 등 장애인들의 죽음,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사망 사건 등을 거론하며, “노동자 민중에게는 매일같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참가자들은 최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규제 완화 정책, 민영화 등의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들이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연.

 

“추모를 넘어 분노해야, 절망을 넘어 투쟁을 조직하자”

 

민주노총 경기본부 안산지부 위성태 지도위원은 “안산은 세월호 사고 이후 시간이 멈췄다. 진도 앞바다에 빠진 아이들이 단원고 아이들이 아니라 강남 8학군 아이들이었다 해도 정부가 이렇게 수수방관했을까. 우리가 하루하루 가졌던 희망은 점차 분노가 되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위 지도위원은 “탐욕스러운 자본의 배만 채우려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막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자동차노조 김정우 전 지부장은 최근 벌어진 25번째 쌍용차 노동자의 자살, 한 달 새 6건이나 벌어진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건을 거론하며 “노동자들에게는 매일매일이 세월호 참사”라고 절규했다.

 

김 전 지부장은 또 “지금까지 25명의 동료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추모만으로는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면서 “추모를 넘어 분노해야 한다. 절망을 넘어 투쟁을 조직하자”라고 호소했다.

 

삼성을 상대로 최초로 산재승인 판결을 이끌어냈던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세월호와 삼성은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배가 잘못되어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조차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라면서 “삼성의 이건희, 이재용 같은 이들을 구속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제대로 설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는 전교조 김진철 정책연구국장

 
전교조 김진철 정책연구국장은 차가운 바닷속에서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며 강원 고성중 교사인 권혁소 시인이 쓴 시 ‘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라는 시를 낭송해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제 모래 위에 지은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
거기엔 춥고 어두운 바다도 없을 거야
거기엔 엎드려 잔다고 야단치는 선생님도 없을 거야
거기엔 네 성적에 잠이 오냐고 호통치는 대학도 없을 거야
거기엔 입시도 야자도 보충도 없을 거야
거기엔 채증에는 민첩하나 구조에는 서툰 경찰도 없을 거야
거기엔 구조보다 문책을, 사과보다 호통을 우선 하는 대통령도 없을 거야
어여쁜 너희들이 서둘러 길 떠나는 거기는
거기는 하루, 한 달, 아니 일생이 골든타임인 그런 나라일 거야
_권혁소(시인, 강원 고성중 교사), 시 '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 중에서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씨를 추모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진영 공동대표는 “자립생활을 하고 싶어 시설에서 나와 살던 장애인이 장애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홀로 집에 있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살아 있었다면 야학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했을 송국현 동지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지금 15일째 차가운 영안실에 있다”라고 절규했다.

 

이어 최 공동대표는 “이제 빈소에 꽃들도 시들어가고 있다”라면서 “복지부 장관은 당장 사과하고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하라”라고 요구했다.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씨 추모에 함께해달라고 호소하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진영 공동대표(오른쪽)와 이를 대독하는 정동은 활동가(가운데).

 

경찰, 장애인 행진 대오 가로막아…부상자 발생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가로막아 마찰을 빚었다.

 

경찰의 봉쇄에 장애인 활동가들이 항의하자 경찰은 장애인 활동가들이 타고 있던 전동휠체어를 강제로 수동 모드로 전환해 끌고 가려 시도했다.

 

이에 다른 참가자가 몸을 던져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다수의 참가자가 손가락 골절, 찰과상 등을 입기도 했다. 경찰에 의해 바닥에 내던져진 2명의 활동가는 심한 통증을 호소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경찰은 또 뇌병변장애인의 사지를 들어 강제로 연행해 참가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에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를 둘러싸고 20여 분간 강력히 항의한 끝에 연행자가 풀려나기도 했다.

 

▲행진하고 있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420공투단의 행진을 가로막은 경찰들.

▲경찰이 장애인 활동가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수동 모드로 바꿔 강제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뇌병변장애인 활동가의 사지를 들어 연행하는 경찰.

▲경찰이 장애인 활동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다리에 부상을 당한 활동가. 이 활동가는 구급차로 후송됐다.

 
이후 420공투단은 민주노총 대오와 결합해 한국은행과 명동,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서울시청까지 도심 행진을 이어갔다. 일부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 없다”라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늦은 5시 30분경 서울광장에 도착한 행진 대오는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에 부문별로 참배한 후 노동절대회를 마무리했다. 420공투단 회원들과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근처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설치된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씨의 분향소에 참배하기도 했다.

 

420공투단은 늦은 6시경 국가인권위원회 앞 도로에서 정리집회를 통해 4월 30일부터 1박 2일 동안 진행된 투쟁을 마무리했다.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도건 소장은 “1박 2일 투쟁을 하면서 장애인 활동가들은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어디서 충전할 수 있을지, 화장실은 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면서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겪어야 하는 것이 장애인의 일상의 삶이다. 이런 현실을 깨부수는 투쟁에서 우리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송국현 동지가 자립생활을 통해 이루고 싶던 꿈과 노동자들의 꿈이 다르지 않다. 그 꿈을 위해 모두 함께 변함없이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노동절대회는 전국 15개 지역에서 민주노총 추산 5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졌다.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지역은 지난 4월 30일에 노동절대회를 진행했으며, 나머지 12개 지역은 5월 1일 일제히 노동절대회를 열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박근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과는 필요 없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

▲故 송국현 씨 분향소에 참배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송국현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란 띠.

▲420공투단 회원들이 국가인권위 앞 도로에서 정리집회를 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