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남순옥 씨. 그녀의 아들 이범구 씨는 호흡기 장애인으로서, 송파구청에 활동보조 24시간 추가 보장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한 달 넘게 지속하다가 폐렴 증세가 악화되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아들이 체험홈을 통해 독립한 지 1년 반이 되었을 때였어요. 아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슬픔에 가득 찬 목소리로 아들은 ‘엄마, 지석이가...’라고 말하는데,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같은 호흡기 장애인으로서 제 아들 범구의 절친한 친구였던 지석이가 사고로 병원에 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 때문에 제 아들의 친구는 저 세상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범구는 그 후로 본인이 죽는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이 겨울 추운 바람을 견디며 1인 시위를 했습니다. 활동지원 24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 아들도 언젠가 그런 사고로 인해 죽어야 하는 걸까요? 호흡기에 의존한 채 살아가는 우리 아들을 꼭 지켜주세요.“

이범구 씨(지체장애 1급)의 어머니 남순옥 씨는 발언하는 내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아들이 한 달 넘게 지속한 1인 시위에도 송파구청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결국 직접 마이크를 잡기에 이르렀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 장애인단체는 19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위해 송파구에 추가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씨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같은 호흡기 장애인이던 오지석 씨가 지난 4월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홀로 있다가 호흡기가 빠져 숨지는 사고를 지켜봐야 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느낀 이 씨는 활동지원서비스를 하루 24시간씩 보장받기 위해 지난 10월 29일부터 매일같이 송파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최근 추운 날씨 속에 1인 시위를 하던 이 씨는 몸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 지난 12월 5일에는 폐렴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가 한 달이 넘도록 1인 시위를 지속하는 동안 송파구청은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송파구는 현재 구비를 별도로 지원해 구내 최중증장애인 4명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하루 24시간씩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중증장애인 수에 비해 부족한 수준. 이범구 씨의 경우도 호흡기가 없이는 5분도 혼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중증장애인이지만 24시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의 활동보조 24시간 추가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 회원들.

발언에 나선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돈이 없어서 낡은 구청 건물도 새로 짓지 못하고 있는 강동구청도 최근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며 “하물며 서울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 3위에 든다는 송파구가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송파구는 장애인의 권리 보장에 즉각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퇴원해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이범구 씨를 만나고 온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준우 소장도 “이범구 씨는 기침을 통해 가래를 뱉어내야 폐렴이 완화되는데, 기침도 혼자 하지 못해 기침 유발기라는 커다란 기계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태”라며 “만약 오지석 씨처럼 이범구 씨도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해 떠나보내야만 한다면 부끄러워 장애인운동을 계속하지 못할 것만 같다. 활동보조 24시간 쟁취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서울장차연 대표단과 송파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들은 면담을 갖고 요구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송파구청은 내년에 최소 7명(현재 지원 중인 4명 포함)에게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후 더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발굴될 경우 추경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송파구는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이범구 씨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24시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장차연 대표단은 이후 이러한 성과를 확대해 나가, 서울지역 전 자치구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24시간을 보장하도록 요구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송파구청은 각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