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총이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할 장애인권리보장법 초안을 18일 제시했다. 그러나 장애등급제 등 장애인복지법의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등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장총 초안을 비판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아래 한국장총)이 마련한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할 '장애인권리보장법' 초안이 18일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장애인복지법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인복지법은 현재 장애인 복지서비스의 기준이 되는 법이다. 그러나 이 법은 장애인의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학적으로 등급 판정하고,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한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서비스 형태도 감면제도 등 간접적인 소득 보장에 그쳐 실질적인 소득 보장이 이뤄지지 않으며, 장애인복지의 주요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자립생활을 보장하는데에도 한계가 많았다.

이에 장애인계에서는 그동안 장애인복지법을 전면 개정해 이를 대체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논의해왔다. 또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2012년 대선 후보들로부터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의 약속을 받아냈다. 지난해 8월에는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가 출범해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한국장총이 내놓은 초안도 이러한 장애인계의 논의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은 이날 늦은 2시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토론회를 열고, 총 11장 144조로 구성된 초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초안은 2장 장애인위원회, 5장 권리보장 및 복지서비스 절차, 6장 지역사회 지원체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기존 장애인복지법에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장애인 권익옹호 체계 구축, 장애인 정책 조정 기구 설치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또한 장애인위원회, 장애인종합지원센터, 장애인권익옹호센터 등 서비스 전달과 권익 옹호를 담당할 기구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개념도 사회적 관점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복지법에서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 권리를 옹호하고, 부적절한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편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 한국장총 초안의 비교.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많은 토론자들은 한국장총의 초안이 장애인복지법의 '장애등급제'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내용을 덧대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날 법률안을 발제한 성신여자대학교 이승기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초안이 체계를 잡는 방식에만 중심을 두고 있었기에 현행 장애인복지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다”라며 “장애인등급제는 폐지돼야 하나, 법의 방향성이나 철학의 문제를 두고 새롭게 상상력을 발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이런 내용이 선명하게 논의돼야 법 제정 과정에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토론회는 법의 얼개를 만드는 과정으로 알아달라.”라고 덧붙였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가한 발제자와 토론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