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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 선 산책길 *

흐린 봄날의 휴일에
고요한 오솔길의 산책은
일상의 때를 씻어 내립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 되지 못하는 느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더니
돌아 설 겨를도 없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습니다.

슬그머니 돌아서서
힘든 등산길로 올라갔습니다.
진득한 흙 길이 미끄러웠지만
먼 곳의 바위들이 주는 편안한 기운에
쉬지 않고 오를 수 있었습니다.

소리만 따라오는 까마귀가
거슬릴 때는 이마를 찡그려 보았고
그래도 자꾸만 들려 올 때는
외로운 까마귀가 벗을 찾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땀을 식힌 정상에서
돌아앉아 있는 아이들이
너무 힘들고 애처로워 보여
일부러 크게 떠들어댔을 때
고요하던 까마귀들,
정말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절로 헤어 진 사람들
놀라서 찾아도 보았지만
중턱에서 만날 수 있었고,
그러고 보니 굳이 등산길로
돌아설 필요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시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