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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 물의 소리 *

나는 나는 고인 물
비 그친 뒤 가끔 강가에 나타나죠
연두빛 풀 햇살 속에서 잔잔한 미소짓죠
모두들 나를 별로 유의해 보지 않아요
아마도 다른 생각이 너무 많나 보죠
그래도, 이럴 땐 강물이 부럽지 않아요

너는 너는 작은 아이
어디서 총총 나타나 나를 보고 소리쳤어요
엄마야 작은 연못이야 여기서 놀고싶어요 라고,
처음에 철벅이만 하더니 점점 대담해 졌어요
나중엔 발로 차다 벌렁 뒤로 눕고 깔깔 웃었죠

내 몸은 출렁이고 내 기운 흩어졌죠

바람은 손 내밀고 해님은 윙크해요

네 몸은 젖어 들고 네 웃음 낭랑하죠

먹구름 멀리 있고 충만함 가득해요

나는 나는 흙탕물,
가만있을 땐 나는 정말 깨끗한 물결 지었죠
이젠 완전히 진한 갈색 흙빛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나는 이상하게 싫진 않아요
이제는 네가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걸요

나는 나는 고인 물
모두 떠나고 나는 안으로 가라앉기만 했죠
조금 떨어져서 나를 보던 사람들도 가 버렸죠
나는 바람 따라서 물결무늬 만들고 다시 고와졌어요
풀잎친구들 곁에서 함께 반짝거리고 있지요
그런데, 나는 이제 강물이 너무 부러워요

시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