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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시냇물 *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느린 시냇물이
졸졸졸 흘러갑니다.

구름이 내려다보고
물빛도 만들어 보는
환한 대낮을 좋아하고
괜히 가슴아프게 만드는
해 질 무렵도 좋아하게 됐습니다.
안으로 깊이 가라앉게 하는
긴 밤도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오래 머무는 통증 때문에
일찍 잠들고픈 때가 있긴 하지만

흐르는 것이 좋긴 하지만
머물고 싶을 때도 가끔 있습니다
물가에 핀 예쁜 꽃을 만날 때는
바위에 딱 붙어 맴을 돕니다
우선 꽃에게 인사를 하고
그렇게 고운 사연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도 가볍게 인사하고 떠날 수
있을 만큼만 머물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만났을 때도 그렇습니다
깔깔깔 웃으며 풍덩거리는 모습이
너무 좋아 입을 다물 수가 없습니다
같이 신나게 출렁거리다 부서져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싶을 정도입니다
떨어지는 아픔을 어떻게 견뎠는지
이상하게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이제는 어디에도 혹하지 말아야지
단단한 돌처럼 매끈거려야지 하는
괴상한 마음을 먹다가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이다 큰돌에 부딪쳐 또 멍들고
주위를 돌아보다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하지만 작은 돌들의 조잘거림
연꽃 위에 걸터앉은 개구리들의 합창이
다정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주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부드럽게
물결 진 볼을 쓰다듬어 줄 때,
느리다 못해 게으르게 보이는
시냇물은 여지없이 행복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관심도 없을 정도로

시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