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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ebel Canon - Pachelbel, Johann

* 도라지꽃 *

비 맞은 도라지꽃이

눈길에 따라오는 날들이

마음속까지 밀려오는 날에는

애써 무심함이 미안해져 버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성거립니다.

가까이 가려니 이상해질 것만 같고

멀리서 보자니 더 아득해져 갑니다

그래도 꿋꿋해 보이는 접시꽃은

적당히 맞아 보내고 있는데,

비바람에 잔뜩 기울어진 모습까지

덤덤하게 견딜 수 있었는데

흐드러진 도라지꽃이 너무 강적입니다.

우선 눈에 잘 띄는 것이 문제입니다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더 골치입니다

이제부터 눈을 내려 깔고 다닐까 합니다

사람들이 오해해도 할 수 없습니다.

도라지꽃 소복한 곳으로 갔습니다

쭈그리고 키를 맞추어 보았습니다

예쁘고 고운 향기가 부러워집니다

약속된 뿌리도 있는걸 잊었습니다.

갑자기 도라지꽃이 조금씩 변했습니다

주먹만큼 커졌다가 별처럼 반짝거렸습니다

눈 속에 가득 들어 온 도라지꽃은 온통

보랏빛 나라 속의 하얀 별이 되었습니다.

눈이 부셔 이제는

아무도 알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오해해도 좋겠습니다.

시아니